피렌체에서 로마까지는 기차로 약 1시간 30분 정도면 된다. 이탈리아 여행 준비를 하며 가장 많이 걱정한 것이 소매치기였다. 특히, 악명 높은 로마 테르미니역(Roma Termini)에서 벗어나는게 가장 걱정되고도 무서웠다. 처음 혼자 하는 여행이 이탈리아 인 것도 한 몫 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가장 후회되는 부분 중에 하나다. 너무 겁을 내서 많이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람사는 동네이다 보니 소지품을 잘 챙길 필요는 있지만, 너무 겁내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로마 테르미니역에 도착해서 역 근처 호텔에 체크인 하자마자 뭘 할까 고민을 했다. 로마에서는 3박 4일 일정으로 온전한 2일 동안은 하루는 바티칸 전일투어, 하루는 로마 워킹투어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은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하므로 나에게 주어진 혼자하는 시간은 로마 도착 첫날, 오후 4시 30분 이후의 시간들 뿐이다. 무얼할까 고민하다 구글맵에서 보니 투어에서 안가는 곳인데, 가고 싶은 곳은 딱 "보르게세 미술관(Museo e Galleria Borghese)" 뿐이었다. "보르게세 공원(Villa Borghese)" 안에 있는 미술관이라 좀 특이했다.
구글맵으로 보니 로마 테르미니역(Roma Termini)에서 도보로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다. 2016년에 구글맵에서는 버스는 없고, 지하철만 검색이 되어 날씨도 좋고, 첫 로마를 느끼고 싶어 산책하듯 걸어서 가보기로 한다. 결론은 힘들다. 그래도 어차피 지하철을 타도 20분은 걸어가야 하니 그냥 걸어가는 것도 괜찮다. 알고보니 요즘은 "901번" 버스가 있다. 버스타고 가는게 가장 편한 것 같다. Puccini에서 하차하면 바로 "보로게세 공원(Villa Borghese)"이다.
"보르게세 공원(Villa Borghese)"에 도착할 때쯤엔 어느덧 오후 6시, 노을이 내려앉고 있었다. 미술관이 7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어 공원 구경은 뒤로 미루고 얼른 미술관으로 향했다. 잠깐 만난 보르게세 공원은 뉴욕의 센트럴파크(Central Park) 만틈이나 훌륭했다.
"보르게세 미술관(Museo e Galleria Borghese)"은 미리 예약을 해야 입장이 가능한 것 같다. 2시간마다 입장 가능한 인원이 정해져 있다. 아래 링크를 들어가면 예매할 수 있다. 잘 찾아보면 보르게세 미술관 가이드 투어도 있으니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다음에 다시 로마를 찾는다면 보르게세 미술관 가이드 투어를 해야 할 것 같다.
6시즈음에 보르게세 미술관에 도착하여 약 1시간정도 시간을 남겨두었다. 다행히도 늦은 시간이라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도 입장이 가능했다.
※보르게제 미술관 입장료(현장 발권): €8.00 (온라인 예매는 현재 €15.00 인 것 같다.)
전시실이 20개 정도 있는 2층 건물의 미술관이다. 티치아노, 카라바조, 베르니니 등의 1500-1600년에 활동한 이탈리아 조각가와 화가들의 작품이 있다. 미술관이 이렇게 쾌적할 수 있는 건가 싶었다.
천장부터 모든게 다 화려했다. 걸음걸음 다니는 전시관마다 천장에 화려한 그림들이 즐비한다. 미술관 건물은 1615년에 세워져 보르게세 가문의 별궁으로 사용됐다. 1891년 보르게세 가문이 파산하고 이들이 보유했던 예술 작품을 나라에서 사들인 뒤 1901년에 미술관으로 개관했다.
보르게세 미술관의 핵심 컬렉션은 역시 "잔 로렌초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 1598-1680)"의 조각들이다.
▼베르니니 지식백과▼
베르니니는 바로크 시대의 이탈리아 조각가로 베르니니 전성기의 작품이 보르게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특히, <다비드>, <페르세포네의 납치>, <아폴론과 다프네>가 대표적이다. 8세에 로마 교황 바울 5세(Paul V)를 스케치할 기회를 얻게 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바울 5세를 비롯 교황의 조카, 시피오세 보르게세 추기경이 그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작품이 보르게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이다.
베르니니의 <다비드 (David, 1623-24)>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과 비교하며 봐야 한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는 골리앗과 싸움을 하기 직전의 순간을 조각했고, 베르니니의 다비드는 미켈란젤로 다비드상의 다음 순간인 골리앗을 향해 돌을 던지는 동작을 조각했다. 미켈란젤로의 작품에서는 좀 더 인간의 모습을 초현실적인 신의 경지의 순간으로 묘사한 반면, 베르니니는 좀 더 현실적으로 인간의 모습에 더 가까운 순간을 묘사한 듯 싶다. 그래도 역동적인 순간의 모습이 너무 실감난다.
<페르세포네의 납치 (The Rape of Proserpina, 1621-22)>, <아폴론과 다프네 (Appollo and Daphne, 1622-25)> 역시도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너무 정교하고 훌륭하다. 또한, <시간이 지나 밝혀지는 진실 (Truth Unveiled by Time, 1646-52)>이라는 작품은 위기에 처해진 순간에 만든 작품으로 후에 제목처럼 시간이 지나 베르니니의 억울한 진실이 밝혀졌던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다.
보르게세 미술관의 또 하나의 핵심 컬렉션은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3-1610)"의 작품이다. 카라바조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제대로 된 미술 교육을 받지 못했다. 20세에 로마에 간 카라바조는 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리며 가난하게 살다가 프란체스코 델 몬테 추기경이 카라바조가 그린 <카드 사기꾼 (1594)>을 보고 적극적으로 후원하며 화가로서 알려지기 시작한다.
카라바조는 천재 화가이기는 하지만 도박과 술에 찌들어 살았고, 결국엔 1606년 근위대장 아들을 살해하고 나폴리로 도망간다. 도망자 신세로 나폴리, 몰타와 시칠리아 섬을 떠돌다 보르게세 추기경에게 용서를 구하고, 로마로 돌아오는 길에 열병으로 39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하게 된다.
보르게제 미술관에 카라바조 최후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Davide con la testa di Golia, 1609-10)>이다. 이 그림에서 인상 깊은 것은 목이 잘린 골리앗의 얼굴이 카라바조 자신의 자화상이란 것이다. 이 그림은 카라바조가 살인을 하고 3년 뒤에 그린 그림으로 본인의 심경이 그림에 고스란히 표현됐다. 한편으로는 영혼이 없는 듯한 골리앗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다윗은 카라바조의 또 다른 자아를 표현한 것도 같다.
카라바조의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짧은 시간 내에 돌아보고 나니까 북스토어가 문을 닫아서 구경도 못하고 나왔다. 도록을 사고 싶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다음날 바티칸투어 끝나고 일부로 다시 보르게세 미술관에 가서 도록과 카라바조 책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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