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자전거나라 투어를 이용하면 CIPRO역에서 만남을 시작한다. 로마에서의 첫 지하철을 타야한다. 타바키나 지하철 티켓머신에서 지하철 표를 구매하면 된다고 했지만, 타바키에서의 구매는 어쩐지 뭔가 불안했고, 지하철 티켓머신을 이용해 보기로 한다. 너무 어눌했던 그때가 생각난다.
이른 새벽이라 출근하는 로마인들 뿐이겠지 하면서도 막상 지하철 티켓머신 앞에 줄을 서 있었는데.. 내 앞에서 도와주는 척하는 집시들을 보며 줄행랑을 치고는 좀 돌아돌아 유인 티켓 매표소가 있어 한참동안 줄을 서서 지하철 티켓을 샀던 기억이다. 약속 시간에 늦을까봐 엄청 긴장됐던 순간이었지만,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던 탓에 안정적으로 늦지 않게 도착했다. 심지어 나보다 늦는 사람들도 있어 약속 시간이 지나서도 살짝 그들을 기다려야 했었다.
바티칸 전일투어 일정이다. ≪CIPRO역-바티칸박물관-피나코테카(회화관)-솔방울 정원-벨베데레 정원-교황의 복도-라파엘로 방-시스티나 성당-베드로 성당-베드로 광장≫ 간단해 보이는 루트지만,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는 일정이다.
바티칸박물관 입구에 있는 동상은 바티칸에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던 두명의 천재,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와 "라파엘로(Raffaello Sanzio)"다. 항상 조각가이고 싶었던 미켈란젤로는 망치를 쥐고 있고, 회화가 뛰어난 라파엘로는 팔레트를 쥐고 있다.
#1. 바티칸 박물관 & 피나코테카(회화관)
오전 8시인데도 수많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 유로자전거나라에서 미리 사전 예약을 한 덕분에 바로 입장했다. 개인적으로 갔다면 과연 입장이나 할 수 있었나 싶다. 그렇게 들어간 바티칸 박물관에서 입구 어딘가 즈음에서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바티칸의 역사,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예술가 3인방,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한 이야기, 투어 루트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설명, 그리고, 그 외에 이탈리아 미술사와 예술가에 대한 설명을 한시간 가까이 들은 것 같다. 사실 제대로 듣지 못했다. 너무 어렵기도 했을 뿐더러 한시간 넘게 쉬지 않고 설명하는 어메이징한 가이드 덕분에 넉놓고 가이드 입만 구경만 했다. 너무 훌륭했고, 스토리텔링이 기가막혔다. 훤칠하고 그림을 전공했다던 이분은 지금쯤 뭐하고 계실지 궁금해진다.
기억에 남는 많은 순간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역시나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known as Caravaggio, 1571-1610)>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The Deposition, 1600-1604)"이다. 나의 첫 로마에서 함께한 가이드님은 이 작품을 보며 본인의 친구와 함께 이 작품을 보며 대화했던 내용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했다. 친구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었고, 그 친구가 바티칸에 와서 이 작품을 보며 눈물을 흘렸고 예수와 그의 삶의 무게를 빗데어 표현했다는 내용이었다. 나의 아버지의 삶의 무게에 대하여.. 어쩌면 단지 스토리텔링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그냥 마냥 울컥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카라바조의 화풍에 감동이 더해졌다. 그래서 이 순간부터 카라바조를 너무 좋아하게 됐다.
#2. 바티칸 맛집, 카페테리아
피나코테카 회화관을 지나고 나면 점심시간이다. 박물관 카페테리아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우리의 푸드코트 같은 느낌이다. 물론 메뉴는 피자와 스파게티 그리고 샐러드 같은 종류다. 물론 스파게티는 편의점 수준의 맛없어 보이는 비쥬얼이다. 그래서 그냥 과일 샐러드를 먹기로 한다. 투어 중이어도 각자 식사를 하기에 혼자 과일 샐러드를 먹고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특별히, 이 곳, 바티칸박물관 카페테리아는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면 커피 슬러시가 나온다. 근데 더위사냥 맛이 나면서 엄청 맛있다.
사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한 건, 점심식사 후 투어 일원들과 만나는 시간 전까지 자유시간이기에 오전 중에 지나온 피타코테카 회화관을 다시 갈 수 있어서다. 다시 한번 회화관을 둘러보며 카라바조의 작품에 감탄했다.
#3. 솔방울 정원
점심 식사 후에는 솔방울 정원을 간다. 굉장히 유명하긴 하지만, 그냥 솔방울이 덩그러니 서있다. 단지, 잔디밭을 어떻게 유지할까가 더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갑자기 흐려진 날씨에 비둘기만 신이 났다.
#4. 벨베데레 정원
솔방울 정원을 지나면 욕조가 가득한 "벨베데레 정원"을 간다. 벨베데레 정원이라고 하면 프랑스의 그 정원을 떠올릴테지만, 바티칸의 벨베데레 정원엔 이럴타할 조각가들의 조각들이 한가득이다. 정원이라고 하기엔 유명한 그리스 신화에나 나올법한 사람들이 목욕을 했을 욕조와 유명한 조각가들의 작품들로 가득차있다. 조각은 잘 모르지만, 대리석에 섬세한 그 표현은 신기할 따름이다.
#5. 교황의 복도 가는 길 어디쯤, 토르소
교황의 복도 가는 길, 팔각형 방(Octagonal Room)에 들어서면 유명한 "토르소(Torso)"를 만나게 된다. 토르소에는 많은 가설이 있다. 가설이 어찌되었든 이 작품이 유명한건 BC 1-2세기경에 만들어져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같은 르네상스 작가들과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하여 토르소를 "미켈란젤로 학파"라 부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토르소와 관련된 가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 언급할 수 없지만, 여러 가설들이 궁금하다면 가이드 투어를 들어보는게 좋을 것 같다.
#6. 교황의 복도
바티칸에서 가장 사람이 많은 공간이 아닐까 싶던, "교황의 복도"다. 천장이 너무 아름다웠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겨우겨우 몇 장 찍어봤다.
#7. 라파엘로 방
라파엘로의 대표적인 작품, "아테네 학당"이 있는 라파엘로의 방(Stanze di Raffaello)이다. 교황 율리우스 2세를 만든 방으로 서명의 방, 엘리오도로의 방, 콘스탄티누스의 방, 보르고 화재의 방으로 라파엘로에게 의뢰하여 그림을 그려넣었다. "아테네 학당"에는 우리가 아는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헤라클레이토스, 디오게네스 그리고, 그림을 그린 라파엘로가 있다. 라파엘로의 자화상을 찾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오른쪽에 검은모자를 쓰고 정면을 응시하는 사람이 바로 라파엘로다. 정말 이국적으로 생겼다.
#8. 시스티나 성당 가는 길에 만난, 앙리 마티스
시스티나성당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앙리 마티스"다. 바티칸에는 봐야 할 작품도, 가야할 곳도 너무 많아서 마티스 작품 정도는 봐도 못 본척 지나가야만 한다. 그래서 사진도 이 모양이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가 있는 시스티나 성당에 가는 길이라 급하게 급하게 지나가기만 한다. 아쉽게도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는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다.
#9. 베드로 성당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를 보고 나면 바티칸 투어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베드로 성당에 도착한다. 이 정도면 온몸이 천근만근 진이 빠져 있는 시간, 4시 30분쯤이 된다. 베드로 성당 안에 들어오면 그 동안 유럽여행을 하며 본 성당들은 모두 잊게 되는 감동을 받는다. 정말 웅장하고, 마치 종교가 없어도 모두 구원을 얻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있다. 위에서 보면 예수님의 얼굴이 웃고 있는 표정이라며 설명해줬던 기억이 있다. 이 피에타에 얽힌 미켈란젤로의 스토리도 있으니 투어를 추천한다. 들으면 보이는 것들이 많다.
#10. 베드로 쿠폴라 & 베드로 광장
베드로 성당에서 자유시간을 갖는다. 자유시간에는 "베드로 쿠폴라 & 베드로 광장"을 가게 되는데, 반드시 열쇠모양의 베드로 광장을 보기 위해 쿠폴라에 올라가야 한다. 물론 힘들지는 않다. 조금만 더 돈을 내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올라간 쿠폴라에서는 베드로 광장을 볼 수 있는데, 베드로 광장을 봐야 바티칸에 왔다는 인증샷을 완성할 수 있다. 날씨가 좀 더 좋았으면 좋았을텐데 날씨가 흐려서 기분은 그럭저럭이었다. 역시 여행은 날씨가 좌우하는 것 같다. 그리고, 2016년 여행 당시 도록 모으는 것이 취미라서 전날 너무 늦게갔던 보르게세미술관에서 도록을 못사고 나온터라 도록을 사고싶어 마지막 투어의 클로우즈 미팅은 못하고 그냥 바티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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